[엽기발랄] 종이학

『종이학 천개를 접으면 소원이 이루어진데』

내가 아주 어렸을 때, 학교도 들어가기 전에 나는 이모가 하는 말은 다 믿었었다.

그 때 아주 큰 어른이었던 우리 이모는 저녁이 되면, 방안 한가득 알록달록 포장지를 차곡차곡 짤라서 종이학을 접었더랬다. 어린 나한테 종이학을 접는다는 건 아주 대단하고도 낭만적인(나름대로) 일이었다. 특히나 천개를 접으면 소원이 이루어진다는 말에.. 하루에 10개씩 접으려고 마음 먹었던 나는 1000개를 접는 사람이 실제로 있을까 싶을 정도로 엄청난 일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다가 초등학교에 입학을 하고, 초등학교 4학년으로 올라갈 때, 친구들이 내 성적표에 찍힌 반 배정을 보고는,

“어! 너 현종이랑 같은 반이네~? 야~ 너무 좋겠다!”

이라고 하나 같이 떠들어댔고, 초등학교 때 인기 좀 있었던 나는(-_-) 속으로 생각했다.

『얼마나 잘났길래, 애들이 이 난리야~』

그리고나서, 그 유명한(-_-) 현종이랑 나는 짝이 되었고, 애들한테 들은바대로 솔직히 멋진 놈이었으나, 책상위에 그어 놓은 선을 넘어갈 때마다 내 물건을 다 지꺼로 만들어버리는 그 못된 성질에 난 정말 걔가 싫었다. 그런데, 이 일을 우째! 5학년에 올라갔는데 또 같은 반이랜다. 하지만 그 애는 전학 온 다른 친구랑 짝이 되었다. 밉기만 하던 그 녀석이 다른애랑 웃고 장난치는걸 보니까 어찌나 배가 아프던지… 아! 미운정이 더 무섭다더니…

그날 부터 나는 종이학을 접었다. 당연히 소원은 『현종이가 나랑만 놀게 해 주세요.』 였다.
아침에 일어나서 접고, 밥을 먹으면서도 종이학을 접고, 자기전에 또 접고.. 온갖 정성을 다 들여야 소원이 이뤄질 것 같았다. 꼭 이뤄질 것 같았다. 그런데, 일주일 접고 나니까 이모가 위대해 보였다. 이걸 어떻게 천개나 접었을까 싶어서… ^^;; 그래서 난 그만 접기로 했다. 이런건 아무나 하는게 아니구나. 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그냥 다른 애랑 놀아야지. 라고 생각하면서…

그리고 몇달이 흐른 어느 날, 학교에 갔는데, 이게 왠일인가. 학교에 소문이 쫙~ 퍼졌다.

현종랑 ++랑 서로 좋아한데요~

학교가 끝나고 집으로 후다닥 들어온 나는.. 다시 종이학을 접기 시작했다. ㅡㅡ;;

그리고, 학교는 겨울방학을 했고, 크리스마스가 다가왔다. 물론, 종이학도 다 접었다.
문제는 그 천개의 종이학을 그 친구한테 줘야 소원이 이뤄지는 건지, 내가 가지고 있어야 되는 건지를 몰랐다. 어떻게 할까 하다가.. 그 친구에게 전화를 해서 나오라고 했다. 나는 그때도 워낙에 왈가닥이었기 때문에 남자애들하고 맨날 야구하러 다니고, 탁구치러 다녔기 때문에 그 친구랑도 연락을 잘 하고 있었지만, 그 날은 어찌나 쑥쓰럽던지…

중간쯤에서 만나서 나는 천개의 종이학을 내가 만든 데코레이션 박스를 담은 검은 비닐봉지(–;;)를 건네주었다. 그리고, 한마디 했다.

“크리스마스 선물, 너한테 처음 주는 거야.”

5학년 끝날 때였는지, 졸업하기 전 크리스마스였는지… 그 기억은 분명하진 않다. 그리고 소원도 이뤄지지 않았지만, 그 때 그 종이학을 건네주던 그 길은 똑똑히 기억한다. 지금은 아주 많이 변했지만…

그 친구는 이제 군인이 돼었고, 난 이렇게 회사를 다니고 있다. 어떻게 변했는지 궁금한 마음 한 가득이지만, 우연인지… 동창회 때마다 엇갈려서 보지를 못했다.

그 친구는 그 종이학을 아직 가지고 있을까?
그 종이학을 준 사람이 나라는 것을 기억하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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