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물두살 가을 앞에서

사진을 찍고나서 한참뒤에, 그리고 이제 겨울바람이 익숙해지는 지금에서야 스물두살의 가을길이 생각이 났더랬다.

가을을 앞에두고, 막 내 손에 들어온 로모를 손에 들고 저곳에 갔었더랬다.
난 어딘가 바람을 쐴 곳이 필요했고, 이왕이면 철길이 있는 곳을 가고 싶었다.
내가 청승맞은 얘기를 해도 “왜 그러냐~” 하고 웃어줄 친구가 필요했고,
내가 이것저것 들춰내서 화나게 해도 그냥 말없이 웃어줄 친구가 필요했고,
나에게 듣기 싫을 정도로 솔직한 말을 뱉어줄 친구가 보고 싶었더랬다.

처음으로 가슴 깊이 느끼던 『가을』속에서 스물두살의 내 가슴은 아무말이나 막 끄집어 하고 싶었던 모양이다.
그리고 그 아무말을 한귀로 듣고 한귀로 흘려줄 친구가 필요했었던 것 같다.
스물한살까지 내가 겪은 모든 계절을 스물두살에 다시 하나씩 되새기는 이 가을은 많은 생각을 하게 했고, 많은 경험을 하게 했다.

곧게 뻗은 저 철길이 자꾸만 머릿속에 떠오르는 건 아마 곧게 뻗은 저 철길이 부럽기 때문일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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