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지

나는 귀걸이나 목걸이, 머리핀 같은 악세사리는 참 좋아하지만, 반지는 잘 끼지 않는다. 손가락이 답답해서… 남들은 사귀면서 꼭 하는 행사중의 하나가 커플링이라는데… 그 흔한 커플링도 해 보지 않았다.

그래도 언젠가 악세사리를 너무 좋아하는 그 사람한테 넙적한 반지를 선물한 적이 있었다. 아무 무늬도 없이 넙적한 그 반지를 꽤나 맘에 들어했고, 좋아해서 늘 네번째 손가락에 끼고 있었다. 그 손에 참 잘 어울려서, 그 스타일에 참 잘 어울려서 보기에 참 좋았었다. 그 반지를 선물한 이래.. 단 한번도 손가락에서 그 반지가 빠져 있는 것을 본적이 없었으니.. 퍽도 맘에 들었던 모양이다.

헤어지고 나서 얼마후쯤에.. 반지를 돌려주려고 했을 때.. 그냥 오빠가 버려.. 라고 했었다. 그리고 일년 남짓 지났는데…

어제 우연히.. 인사도 못하고 지나치듯 마주치게 되었는데.. 손가락에 반지가 있었더랬다. 두번째 손가락에 끼워져 있었다. 멀리서, 그렇게 지나쳤는데도 그 반지는 알아볼 수 있었다. 여전히 잘 어울렸다. 그 반지에 뭔가 특별한 의미를 두고 있을 거란 생각은 하지 않는다. 좋아하던 반지였으니 손가락에 끼웠을거다. 반지가 예뻐서.. 잘 어울리니까…

이런저런 생각을 하고 있는 사이에 예전에 본 오픈 드라마의 한 장면이 생각났다. 점점 시력을 잃어가는 남자가 딱 일년만 사랑해야지.. 라고 마음 먹었던 너무나 사랑하는 그녀에게 헤어짐을 준비하는 내용의 드라마였는데… 그녀는 커플링을 하자고 하지만, 남자는 매번 거절을 하면서 이런 말을 했었더랬다.

수현 : 만약에 사랑이 끝났는데도 서로 사랑을 약속한 반지만 손에 남아 있으면 마음이 많이 아프거나, 난처하지 않을까?
현수 : 사랑이 끝났는데도 그 반지를 빼버리지 못하고 있다면 적어도 그 사람한텐 아직 사랑이 끝나지 않은 거겠지. 끝내고 싶지 않은 사랑을 어쩔 수 없이 끝낸 사람이겠지.
– 오픈 드라마 남과여 『그녀와 헤어지기 몇시간 전』중에서 –

드라마처럼 가슴 아프고 로맨틱한 사연이 들어 있는 반지는 아니었지만 나름대로의 추억할 수 있는 시간이 담긴 반지인지라 잠시 스친 그 시간이 자꾸만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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