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는 짐작만으로 움직이지 않아요.
아마 많은 여자들이, 나처럼 공감했을 대사라고 생각한다. 사랑을 고백하는건 전혀 부끄러운 일이 아니라고 나는 생각한다.
사랑을 하고, 사랑하는 사람에게 당신을 사랑한다고 고백할 수 있는 것처럼 멋진 일이 또 있을까?
부끄럽다기보단 수줍다는 표현이 더 정확하다고 생각한다. 지금 짝사랑하는 모두가 <고백>하는 용기를 가져보자!

광식의 눈에는, 사진관의 사진기를 통해 윤경이의 모습이 거꾸로 보인다.
그리고, 광태가 마라톤 대회에서 거꾸로 경재를 만나게 된다. 참 이상하지? 거꾸로 보았기 때문에 예뻐 보이는 것일까? (물론 경재나 윤경이는 똑바로 봐도 이뿌지만..) 매일 보는 사람인데 거꾸로 보면 다르게 보이는 것. 그래서 세상은 재미있는 것 같다.
크리스마스 선물로 여권 사진을 찍어준 광식이에게 윤경이는 스테이플러 철심을 선물한다.
근데, 재미있는 것은 이 철심의 상표가 peace 다. 짝사랑 10년차 광식이의 공식 별명은 “평화(peace) 유지군” 과 어떤 인연이 있는 것일까? 별로 멋진 대사도 아니었고, 멋진 장소도 아니었지만, 윤경이가 약 5000개의 철심을 우리는 평생 다 못 쓰고 죽을 수도 있다고 했다는 그 말이 그냥 가슴에 남는다. 이어서 윤경이는 오빠에게 선물을 줬으니 자기는 10년쯤 지나, 그러니까 죽기전에 한번은 더 스테이플러 철심을 사러 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리고 그때 오빠를 기억할 수 있을거라고.
어쩌면 고윤경식의 고백이 아니었을까.
새우도 좋아하고, 볶음밥도 좋아하지만, 새우볶음밥은 좋아하지 않는다는 광식이의 말이 자꾸 되뇌여진다. 나도 새우볶음밥은 너무 싫다.
광식이의 말대로 새우는 새우일때, 볶음밥은 볶음밥일때 가장 아.름.답.다.

영화를 보면서 내내 귀에 윙윙 거렸던, 말하지 못한 내 사랑은 어디쯤~ 있을까?
<당기세요> 를 보고 룰을 지키던 광식이나, <당기세요>를 보고도 룰을 깨면서 굳이 밀던 광태나.
둘다 <사랑한다>라는 말은 한번도 해 본적이 없는 대단한 형제다.
둘 다 말하지 못한 내 사랑을 가슴에 품고 있는, 혹은 가슴에 있음에도 알지 못하는 용감한 형제였다.
사랑한다고 고백하는 대신 숨는 광식이나, 사랑해라고 말할 순간에 <사루비아> 라고 외쳐버리는 광태나.
형제는 정말 용.감.했.다.
인연이라는건, 운명의 실수나 장난따위도 포함하는 것 같아요.
광식이오빠를 친오빠처럼 생각해도 되죠?
이제 광식이랑 윤경이는 정말 오빠, 동생 사이가 되어 버렸다.
광식이는 여동생이 하나 더 생기고, 그녀를 사랑할 기회도 박탈당했다.
| 그대 나를 위해 웃음을 보여도 허탈한 표정 감출 순 없어. 힘없이 뒤돌아 서는 그대의 모습을 흐린 눈으로 바라만 보네. 나는 알고 있어요. 우리의 사랑이 이것이 마지막이라는 것을. 서로가 원한다해도 영원할 순 없어요. 저 흘러가는 시간 앞에서는. 세월이 가면 가슴이 터질듯한 그리운 마음이야 잊는다 해도.. 한없이 소중했던 사람이 있었음을 잊지말고 기억해줘요. |
인연이라는 것이 정말 있을까? 나도 광식이처럼, 내 인연이 눈앞에 있을 때 하늘에서 신호가 있었으면 좋겠다. 누군가 호루라기를 불어준다던지 하는.
결혼식장에서의 광태의 핸드폰 알람은 <경재 마라톤>을 알려주고, 광식이가 소주를 빌려줬던 여인을 만났을 때 터지는 스프링클러처럼 말이다.
세월이 흐르면, 사랑이야 변하겠지만.. 그래도 소중한 사람이 누군가 있었다는 것은 꼭 기억해 달라는 이 노래와 함께 광식이의 마음이 결혼식장에, 내 마음에 울려서였던 것 같다. 광식이가 노래 부를 때, 내 눈에 눈물이 그렇게 흘렀던 이유는 말이다. 변하는 마음이야 어쩔 수 없지만 서로의 기억에 소중한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은 마음은 누구나 같지 않을까.
광식이 동생 광태는, 내내 이런 인연과 추억, 그리고 소중한 마음과 사람에 대해서 이야기 하는 것 같았다.
덧.
영화를 보면서 더욱 좋았던 것은, 이 계절에 너무 잘 어울리는 OST 덕분이었다. 김광석도 너무 좋았고, 김주혁의 세월이 가면도.. 좋고.
홍반장에서 기타를 들고 노래부르던 풋풋한 그 모습 그대로… 광식이는 부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