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이야기 – 좁은 문

그녀는 한동안 나를 바라보았다.
나를 붙들며 또 자기로부터 나를 밀어내면서,
팔을 뻩쳐 내 어깨에 손을 얹고 무어라 형언할 수 없는 사랑으로 가득 찬 눈을 하고서…

좁은문, 앙드레지드

사랑하는 남녀의 감정이 얼마나 순수한 경지에, 즉 절대적인 세계에 달할 수 있는가를 보여주는 것이 “좁은문”의 매력이다. 앙드레 지드는 자기가 몸소 겪은 체험을 글로 승화시켰다. 육체적인 쾌락과 정신적인 사랑을 종교적인 차원으로 승화 시킴으로 “사랑”을 한층 더 애절하고 절실한 것으로 창조했다. 그리고 이것은 성경의 말을 빌려 “좁은 문”으로 들어감으로써만 가능하다.

제롬은 자기와 제일 가까운 곳에 있는 전혀 남도 아닌, 그러나 결혼할 수 있는 외사촌 누이 알리사에게 관심을 가지며 차츰 그녀의 순수하고 청순한 매력에 끌려 어느덧 사랑을 느낀다. 알리사는 차분하고 남을 위해 희생하는데 익숙했고, 반대로 그 여동생 줄리에트는 활달하고 명랑한 성격에 스스럼없는 당당함도 가지고 있었다. 개인적으로 나는 건강하고 자기 생각을 말 할 줄 아는 줄리에트의 성격이 참 좋다.

줄리에트는 제롬에게 가까이 가려 하지만.. 제롬은 그 활달하고 명랑한 성격에 별다른 매력을 느끼지 못하고 사뭇 조용하고 차분한 알리사를 못 잊어 한다. 이것도 콩깍지라 부를 수 있겠지… 하지만 알리사는 줄리에트에게 제롬을 양보하려 하고… 제롬의 알리사를 향한 사랑은 더욱 절실해지기만 한다. 알리사는 제롬을 사랑하긴 했지만 현실적으로 따라 오는 여러 가지 구실들이 알리사의 마음을 막았다.

알리사는 제롬보다 나이가 두 살 위였다. 알리사는 자기가 연상이기 때문에 제롬을 행복하게 해 줄 수 없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여동생인 줄리에트가 제롬을 사랑하는 까닭에.. 그에 대한 알리사의 희생이랄까.. 배려였다. 그리고 알리사가 결혼하게 되면 혼자 남게 될 아버지에 대한 염려와 불륜에 빠진 자기 어머니에 대한 실망과 충격 때문이었다.

이런 저런 이유로 알리사는 지상에서의 사랑.. 행복 따위를 믿지 않았다. 제롬을 너무나 많이 사랑하는 까닭에 제롬의 청혼을 거절하고 만 그녀는 마침내 금욕적인 종교에 자신을 맡긴다… 그리고 아무도 모르게.. 조용히 요양원에서 생을 마감하게 된다. 그리고 알리사는 마지막으로 제롬에게 일기장을 남겼는데..

그 일기장에는 “주께서 우리에게 가르치시는 길은 좁은 길이옵니다. 좁아서 둘이서는 나란히 걸을 수 없는 길이옵니다.” 라고 쓰여져 있었다.

내가 이 책을 처음 읽은 것은 중학교 1학년 때이다. 사실 그 때는 무슨 소린지도 잘 몰랐다. 하지만 그 때나 지금이나 변함없이 드는 생각은 하나 있다. 사랑하는데.. 왜 사랑한다고 말을 하지 못할까.. 라는 거.. 좁은문은 줄거리만 듣고 이해가 되는 소설이 아니라는 점에서 다른 소설들과 다르다.

줄거리보다는 2살 연상의 자기 사촌누이를 사랑하는 제롬의 순수하고 따뜻한 사랑과 그런 사랑을 끝내 받아 드리지 못하고 종교적인 사랑으로 승화 시키려는 알리샤의 차가운 사랑과 제롬을 사랑하고.. 그리고 그의 누이를 사랑하는 줄리에트의 마음을 읽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이 책은 너무나 무의미 하다.

다른 어떤 말보다.. 난 이 글을 읽고 있는 분들께 이 책을 권하고 싶다. 말주변이 없는 지라 잘 소개도 못하지만.. 꼭 읽어 보라고 감히 말한다. 정말 색다른 만남을 준비하고.. 그런 만남을 하고 있는 친구들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쉽게 만나고 쉽게 헤어지는 우리네들과 다른 소중하고 귀한 만남을.. 그 만남조차 사랑으로.. 그리고 믿음이란 이름으로 승화시키는 친구들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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