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함을 하기로 했을 때.. 이렇게 큰 일이 될 줄은 상상도 하지 않았었다.
그냥, 친구들처럼.. 소박하게.. 신랑 친구들이 함만 들고 들어와서.. 집에서 같이 저녁이나 먹고.. 나가 놀려는 계획이었는데..
내 계획과 달리 ^^;; 양가 어머님의 부지런하심으로 일이 커져 버리고 말았다.

토요일 아침, 오빠랑 한복집에 가서 함을 싸올 계획이었으나....
아침 일찍 도착한, 부산에서 온 택배 안에는... 어머님이 정성껏 하나하나 준비하신 함에 들어가는 것들이 있었다.
한복집에서 써주는 혼서지는 형식적이라고, 귀한 따님을 며느리로 보내주셔서 감사하다는 손수 써서 보내주신 혼서지와 청.홍채단.
어머님 손 크신 것은 알았지만 정말 주머니 가득가득 담아 주신-
잡귀나 부정을 쫒는 붉은 팥, 며느리의 심성이 부드럽기를 바라는 마음의 노란 콩,
우리 부부의 해로를 기원하고 좋은 인연을 바라는 마음의 찹쌀,
깨소금처럼 알콩달콩 살라는 마음의 깨, 아들을 바라시는 마음인 것 같은 고추까지.
감사한 마음에.. 한복집 가는 것은 접고.. ^^; 함 가방에 하나씩 담는데.. 너무 양이 많아서..
절반씩 덜어내고.. 다시 주머니들을 예쁘게 묶고..
함 보낼 때 보내주신, 아기 기저귀로 사용하게 될 긴 명주천을 가지고 함 끈까지 우리가 묶어보기로 했다.
가방안에 어머님이 정성으로 보내주신 것과 예물, 화장품, 가방까지 다 넣고..
인터넷 뒤져가면서 함 끈을 오빠랑 나랑 열심히 묶었다.
함 끈은 한 번에 풀려야 한다고 해서 어찌나 열심히 묶었었는지.. ^^;;
지금 봐도 뿌듯하다.
나중에 창환이 결혼할 때, 도련님 결혼할 때... 꼭 내가 함끈 묶어 주리라!

엄마는 새벽부터 고모들이랑 음식 준비를 하셨고... 엄마랑 고모들이 음식을 준비 하는 동안..
나는 처녀시절 마지막 배씨댕기를 머리에 묶고, 꽃분홍 한복을 입었다.
홍양과 예빈이가 일찍부터 와서 옆에서 챙겨 주었고.. 울 할머니는 오늘도.. 많이 우셨다.
울 지희가 시집간다고.. 가만히 생각해 보면,
내가 결혼을 준비 하는 동안 울 엄마보다.. 울 할머니가 훨씬 많이 서운해 하시고, 많이 우신 분이.. 내가 제일 사랑하는 울 할머니다.
함을 기다리는 동안, 큰삼촌과 큰외숙모도 오시고.. 큰아버지, 큰엄마까지 오시고.. 고모들 3분에..
집이 오랜만에 얼마나 북적거렸는지 모른다.
식구들이 다 모였을 때쯤.. 도착한.. 부산 어머님이 보내신 떡까지.. 함 받느라 고생한다고 떡을 잔뜩 보내주셨다.
센스쟁이 어머님, 고맙습니다!

아침에 함끈을 묶고서, 오빠가 미리 함을 등에 지어 보았다.
우리 남편도 멋지고, 남편 등에 얹혀진 함이 얼마나 근사해 보이던지.. 저게 내 작품이라는.. 풉!
이윽고.. 오빠들이 함을 지고 오는데... -_- 약속과 달리.. 1층에서 안올라오고 버틴다.
홍이 예빈이 데리고 내려가서 꼬셔도 안올라오고... -_-;; (오빠들.. 이러지 않기로 했잖아요...)
오빠들의 천적.. ^^;; 박쥐가 나타나서 한큐에~ 끌고 올라오고...
집 문 앞에서.. 어설프게 함진아비가 박도 깨고-
거실에 준비되어 있던 시루떡 위에 함을 올려 두고, 함진아비와 친정엄마 맞절까지..
그리고.. 우리가 젤 고대하던.. 함 뜯어 보는 시간!! ^^ 시간이 어떻게 갔는지 모를정도로 즐겁게 보냈다.
큰아버지가 함값을 챙겨 주셔서... 신랑 친구들 나가 논다는데 살포시 낑겨서 같이 놀아주기까지. ^____^
예빈이 데리고 와서 추운데 고생한, 울 홍양과 예빈이.
오빠들을 한방에 K.O. 시켜서 데리고 올라온, 머쨍이 박박쥐.
새벽부터 집에서 음식하시느라 고생하신, 큰고모, 작은고모, 넷째고모.
바쁜 걸음에도 조카 함 받는 날이라고 달려 와 주신, 큰아빠, 큰엄마, 큰삼촌, 큰외숙모.
누구보다 사랑하는 울 할머니, 엄마, 창환이.
멀리 부산에서도 이것저것 챙겨주시느라 바쁘신 어머님, 아버님.
그리고 사랑하는 우리 남편.
고맙습니다.
오늘, 기쁜 이 마음으로 평생 예쁘게 살겠습니다.



